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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의 사명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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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이에겐 그저 별 볼일 없는 생계 수단일 수 있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개발자로 산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평생 누군가를, 혹은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해 스스로 주체가 되어 무언가를 행한 적이 몇 번이나 있는가? 아마 적어도 나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지 않았다면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개발이라는 업이 가지는 메리트와 매력에 빠진지도 벌써 7년 전 얘기이다. 그다지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짧은 시간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첫 회사에 입사하고 사원 2년차에 베트남으로 출장 갔을 때 일이다. 출장 업무를 수행하고 복귀하기 하루 전날, 당시 고객사의 법인 주재원과 식사를 같이 하는 자리에서 내게 질문을 하셨다.

'oo씨는 코딩의 끝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 당시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머릿속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그때까지 주어진 설계대로 코딩만 했던 나는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코딩의 끝은 사용자다.'

우물쭈물 대던 내게 들려온 말이었다. 망치로 머리를 세게 맞은 듯했다.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가닥이 잡혔고, 확신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당시 개발자의 입장에서만 코딩했던,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가치를 사용자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았던 나에겐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날 이후로 개발자의 사명감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었던 것 같다.

'개발자가 가져야 할 사명감은 무엇인가?',

'나는 개발자로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필자 이외의 대다수의 개발자들도 이런 고민을 분명히 했으리라.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의 사명감이 돋보이는 'First In, Last Out !'은 유명한 문구이다. 자료 구조 Stack의 원리를 알고 있는 우리에겐 더욱더 와 닿는 말이다.

이 글은 'First In, Last Out !'처럼 '개발자들이라면 반드시 이러 이러한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와 같은 정답을 제시하는 글이 아니다. 개발자라는 직업이 소방관처럼 '생명 구조'라는 단 하나의 절대적인 가치를 다루는 직업은 아니기에, 독자들에게 아쉬울 수 있겠지만, 그것에 대한 정답은 내릴 수 없다.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을 수 있다.

  • 동작해야 하고,

  • 빠르면 좋고,

  • 확장성이 높은 코드가 깔끔하면 더 좋고,

  • UI가 이쁘면 더 좋고,

  • UX까지 고려되면 베스트.

필자가 예시로 제시한 위 5가지도 추구하는 방향은 제각기 다르지만 최종 Goal은 결국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사용자'임에는 틀림없다. 필자는 독자들이 이 글을 읽고 독자 스스로 정답에 가까운 결론을 내리길 바랄 뿐이다.

개발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 내가 조금만 더 고생하면 사용자를 혹은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다는 것, 사용자가 원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그 가치를 어떻게 하면 더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 그리고 나는 아직 멀었다는 것.

한 가지 확실한 것 하나.

우리는 어떠한 태도와 자질을 가져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사용자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 의무가 있다.